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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變異点

Fong 2017. 7. 30. 22:35

아쿠른 전력 60 


내 절망의 이유는 언제나 너였고

절망에서 나를 구한 것은

너의 단단하고 따뜻한 손이었다.


천천히 어둠이 걷히고, 황경신





※ 학원 AU주의.




한여름의 체육시간은 곤란했다. 교실은 후덥지근하고 답답하고, 밖은 옥죄이는 더위와 따가운 햇살로 사람을 괴롭게 했다. 그리고 양호실은 추웠다. 이러저러한 것을 고려해본 결과 답답한 것 보다는 사방이 트인 그늘에 앉아 있는 쪽이 조금 더 나았음으로, 아쿠타가와는 체육복을 갈아입고 그늘에 앉아 있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체육복을 갈아입고 등나무 그늘에 앉았다. 오늘은 축구인 모양이었다. 원래 이 시간에 겹치는 반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반과 함께 축구를 시작했다. 어느 반이랑 하던지 아쿠타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체육복 바지가 남색이 아닌 녹색인 것을 보니 2학년인 모양이었다. 2학년이라는 것을 인식한 순간 눈이 필사적으로 아는 사람을 추려내기 시작했다.

금세 눈에 띄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글짓기 동아리의 선배인 다자이의 친구인 나카하라 츄야의 반이었다. A반인 모양이었다. 유명한 백일장에서 항상 이름을 남기던 다자이 오사무를 동경해서 이 고등학교에 왔었기에 그의 주변에 관해서는 제법 알고 있는 편이었다. 그 중에 나카하라 츄야는 다자이와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였다. 본인들은 악우라고 하지만, 누구도 두 사람의 연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첫 인상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머리카락도 그닥 정돈되지 않은 언벨런스한 머리카락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제법 어울리는 신기한 사람이었다. 금세 마음이 변하는 사람이었고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얼굴을 구기며 ‘뭐라고?’ 하며 반문하는 사람이었기에 불량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카하라 츄야는 제법 성실한 사람이었다.

수업에 빠지는 법도 없었고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별다른 동아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자주 아쿠타가와가 있는 문학부에 와서 뒤쪽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 사람이었다.

책이라도 가지고 올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흙먼지는 아쿠타가와가 있는 쪽 까지는 날리지 않았지만,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역시 양호실로 가는 편이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바닥에 지나가는 개미를 쳐다보고 있었다.


“웬일로 체육시간에 나왔어?”


아쿠타가와의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수돗가에서 머리를 적시고 온 모양인지 머리카락부터 얼굴까지 젖어있는 나카하라가 다가왔다. 옆을 돌아보니 같은 반인 나카지마도 마친가지였다. 손부채질을 하며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계속 실내에 있었더니 답답한 것 같아서요.”

“그래? 의외네. 콕 박혀 앉아있는 것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나카하라가 아쿠타가와를 보며 웃었다. 아쿠타가와는 그저 그 얼굴을 보며 눈을 깜박였다. 그런가요, 라고 대답했을 법 한 상황이었는데 아쿠타가와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잇고 말았다.


“가끔은 산책하는 것도 좋아해요.”

“오늘이 그 가끔 있는 날이구나.”


나카하라! 하고, 나카하라를 부르는 소리가 났다. 갈게! 하고 대답하는 나카하라는 곧 떠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나카하라는 전혀 갈 기색도 없이 아쿠타가와의 앞에 서 있었다. 항상 그렇게 가버리는 사람이었기에 다시 한 번 아쿠타가와가 입을 열었다.


“사람은 가끔 광합성도 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 말도 있긴 하지.”


요 저번 날 다자이가 소파에서 낮잠을 자던 나카하라의 바로 옆에 있는 창문을 열며 했던 말이었다. 누가 다자이를 좋아하는 사람 아니랄까봐서, 아쿠타가와의 입에서도 다자이가 했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했다. 악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놀리려는 건지, 진담으로 말하는 건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응원 열심히 해. 아이스크림 내기하기로 했으니까.”

“네.”


심판을 보시는 체육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나카하라는 그 소리를 듣고 세 걸음 정도 뛰어나갔다가 아쿠타가와 쪽으로 수건을 던지며 ‘끝나고 찾으러 올게!’ 라고 말하고는 금세 가버렸다. 물론 대답도 하기 전에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아쿠타가와는 자신의 무릎에 안착한 약간 축축한 수건을 바라보았다. 만약 나카지마가 이렇게 던졌더라면 불같이 화를 내었겠지만, 나카하라에게는 그럴 수 없었다. 다자이의 친구이기도 하고 아직 그렇게 화를 내선 안 될 상대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에게 있어서 신경쓰이는 사람에 속해 있었다. 가끔은 친절하다 생각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귀찮다고 생각될 정도로 물어보거나 관심을 갖는다. 그것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있었다. 보이지 않으면 오히려 왜 보이지 않는지에 관해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쏟아지는 관심과 행동이라는 것은 빠른 시일 안으로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언행은 아쿠타가와를 의식하게 만들었다. 인간관계에 익숙하지 않은 아쿠타가와는 이 감정에 대해 신경 쓰이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신경쓰이는 사람,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모호한 감정과 관계를 정의하기에는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아쿠타가와는 나카하라가 던지고 간 수건을 탈탈 털었다. 다행이도 물기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 수건을 곱게 접어서 자신의 옆에 두려다가 모래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얌전히 자신의 무릎위에 올려 두었다.

처음에는 축축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조금 지나고 나니 오히려 조금 시원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아이스크림을 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늘따라 다들 필사적으로 달리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나 나카지마가 저렇게 흥분해서 악착같이 달려드는 것을 보니 나카하라의 말은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구령대에 가려져서 2학년쪽 골대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는 볼 수 없었지만, 자신의 반의 골대에 총 세 번이나 공이 들어간 것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여유 있는 표정인 친구들이 많은 것을 보면, 아마도 이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은 시간동안 아쿠타가와는 공이 굴러가는 것을 보았다. 이리저리 움직이던 공은 좀처럼 2학년의 골대에 들어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벌써 두 번이나 더 자신의 반의 골대로 깔끔하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것도 나카하라가 찬 공이었다.

점점 같은 반 친구들의 얼굴이 구겨져갔다. 아무래도 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참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돈은 내야겠지, 하는 생각으로 경기를 계속 보았다. 다음 시간이 화학이었던가 하고 다음 과목을 떠올리는 사이에 종이 쳤다. 겨우 끝났다는 생각에 아쿠타가와가 등나무 그늘이 진 계단에서 일어나 옷을 털었다.

당연히 끝이 났을 것이라 생각하고 걸어 나왔다. 눈에 띄는 곳에 있으면 나카하라가 찾아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오늘은 조금 광합성을 해도 괜찮은 날이라고 생각해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아쿠타가와!!”

“야! 류!!”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분명 들렸다. 그러나 들리기 전에 무언가에 강하게 얻어맞아 귀가 멍멍했다. 시야가 갑자기 암전되었다가 새하얗게 변했다. 스스로의 몸이 휘청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현기증? 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각하기도 전에 바닥으로 몸이 쓰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눈앞에 하얗고 눈부신 모래알이 가득했다. 몸이 아쿠타가와의 의지를 벗어난 것처럼 움직였다. 무언가에 또 한 번 머리를 강하게 박은 느낌이 들었다. 그제서야 쓰러졌다는 것을 자각했지만, 그것을 알고 일어나기엔 역부족이었다. 눈이 제멋대로 감겼다.





아쿠타가와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했을 때가 되어서야 머리가 얼얼했다. 지끈거리게 아팠다. 이 고통은 분명 어딘가에 부딪치지 않고서는 느낄 수 없는 고통이기도 했다. 혹이라도 난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약간 건조하면서도 추운 공기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양호실이 틀림없었다. 양호실에 안 오는 날이 없니, 하던 선생님이 떠올랐으나 오늘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몸을 일으키자 옆에서 인기척이 났다.

상당히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푸른색 눈동자가 보였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손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무릎 위에 얌전히 올리고 있는 나카하라가 보였다.


“깼어? 괜찮아? 어디 아프진 않지?”


안절부절한 표정으로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아쿠타가와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목을 가다듬자 물마시고 싶어? 하면서 서둘러 컵에 물을 따라 주었다. 양호실이 유난히 조용했다. 아직 해가 질 시간은 아니었다. 학교가 끝날 때 까지 누워있던 건 아닌 모양이다.

아쿠타가와가 물을 받아들고 입에 가져다 대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시려던 것이 그만 사례가 들려 콜록거리자 나카하라는 한층 불안한 표정으로 아쿠타가와를 보며 휴지를 찾았다. 괜찮습니다, 라는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아서 기침소리와 부산한 나카하라의 움직임만 양호실에서 들려왔다.


“미안. 내가 너무 있는 힘껏 차버려서....”


공에 맞았구나, 진정이 되고 나서 나카하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갑작스런 상태 악화로 쓰러진 적은 있었지만, 공에 맞아서 쓰러진 것은 처음이었다.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았다. 중학생 때부터 급속도로 자란 키 덕분에 이런 일은 거의 없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서 공에 맞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라고 말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보는 시선을 보고 그 무엇도 생각나지 않았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친절했던 사람이 자신에게만 보여 주는 미안한 표정이라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기분을 신경쓰이는 사람을 향한 기분이라고 칭해도 괜찮은 걸까. 자신을 향해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은 표정이라며 좋아해도 괜찮은 걸까? 이 표정이 좋다고 느끼는 것조차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니면 내가 데려다 줄게. 지금 막 수업 종 쳤어.”

“... 네.”


부활동이 있는데, 다자이에게 보여줄 글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여 드려도 괜찮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까. 나카하라의 새로운 표정을 본 것이 그렇게 신기한 일인가? 도통 알 수 없는 감정으로 나카지마가 두고 간 가방을 가지고 나카하라의 옆에 나란히 걸었다.

교문 밖을 나가서 왼쪽 골목으로 꺾어 들어가자, 검은색의 제법 커 보이는 차량이 있었다. 사람이 지나가기에는 비좁은 곳인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카하라를 본 그 차가 두 사람이 있는 쪽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먼저 타.”

“네, 네?!”

“얼른, 다른 애들 보기 전에.”


나카하라의 말에 아쿠타가와가 차에 올라탔다. 양복을 입은 남자가 운전석에 앉아 있었다. 어리둥절하는 아쿠타가와를 보며 무안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할 말을 고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집이 어디야?”

“그 8번가 쪽에 있는....”


아쿠타가와가 집 주소를 말해주자 앞에 앉아있던 남자가 네비게이션이 주소를 입력했다. 나카하라는 차가 출발하고 학교를 벗어나고 나서야 한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아직도 어리둥절한 아쿠타가와를 보며 말했다.


“우리 집이, 그, 뭐냐. 큰 사업을 해서... 내, 내가 평소에 이렇게 사는 게 아니라! 그 우리 이모 차야.”


꼭 차로 데려다 주고 명함까지 주며 치료받고 오라고 신신당부 했던 이모를 떠올리던 나카하라가 입을 열었다. 차는 이모가 차이기도 했으며 나카하라가 등교하는 차이기도 했다. 일부러 하교할 때에는 부르지 않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상황이어서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집에 어떻게 가는 지 몰라서 일단 불렀어. 걸어가는 것 보다 차 타는게 더 나을테니까... 불편하진 않지?”

“... 네.”

“어, 어디 아프거나 그... 병원, 안 가도 되겠어?”

“그정도까진....”

“그래도 그... 혹시 모르니까. 여기로 청구해주면 되고.”


아쿠타가와에게 나카하라의 이모이자 현 보호자인 오자키 코요의 명함을 쥐어 주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모와 대면할 아쿠타가와가 곤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쿠타가와에게 자신의 핸드폰 번호 까지 가르쳐 주었다.


“무슨 일이 있으면 꼭 연락 하고! 알았지?”


나카하라의 당부에 아쿠타가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가, 하고 아쿠타가와가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고 차로 돌아온 나카하라가 들어오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최악이었다. 인생 일대의 실수를 한 것만 같아서 손이 떨렸다. 평소에 별 반응이 없던 후배가 오늘에서야 몇 마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즐거웠던 나머지 힘조절을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솔직히 거기서 아쿠타가와가 나타날 줄 누가 생각했겠으며, 생각했다 하더라도 맞추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이제야 친해졌다 생각했는데, 도리어 다시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실수를 자꾸만 되짚어보게 되었다. 내일 자신을 피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집으로 돌아온 아쿠타가와는 신기하게도 그 어느 곳도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상태로 저녁시간을 보내고 자리에 누웠다. 나카하라가 허둥거리던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나카하라에게 있어서 조금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왜 그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 된 걸까? 도통 알 수 없는 들뜬 감정이 나쁘지 않았다. 다음날 본 책에 자신과 똑같은 감정에 휩쌓인 주인공에게 꼭 나카지마 같은 친구가 ‘그게 좋아한다는 거잖아’ 라는 답변을 한 것을 읽기 전 까지는 그저 신기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다.




대체 얼마만에 글을 쓰는 것인지....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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