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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돌고, 돌아 다시 (샘플)

Fong 2017. 11. 17. 01:04

소년의 생애 (아쿠른 배포전)의 위탁부스에서 위탁 판매되는 책의 샘플입니다.







01.



“나카하라였나? 네가 먼저 대전 상대를 골라 보아라.”

“저요?”


뜬금없이 불려진 자신의 이름에 나카하라가 엉거주춤하게 일어났다. 나카하라의 지명에 다들 한숨 돌린 표정을 지었다. 나카하라는 쭉 둘러보다가 도장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시선을 끌고 분위기를 주도한 아쿠타가와를 보았다. 별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부름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저기 저 앞에 있는 검은 머리요.”


나카하라의 선택에 다들 수군거렸다. 아쿠타가와는 자신을 지명한 나카하라를 빤히 쳐다보았다. 조금의 지체 끝에 아쿠타가와가 먼저 일어나서 중간으로 걸어 나왔다. 나카하라도 그 맞은편에 섰다.


“그런데 전 배운 적 없는데 어떻게 싸우나요? 그냥 막 싸워도 되는 거에요?”

“그래, 한 번 그렇게 해 보거라.”


오늘 막 다자이를 패고 온 손으로 또 누군가를 때린다니,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키도 나카하라와 비슷했고 가까이서 보니 생각보다 많이 말랐다. 나오기 전에 기침도 몇 번인 한 것을 보니 지금은 몸이 약한 상태임이 분명했다. 저런 비실거리는 애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 준비.”


아쿠타가와가 자세를 잡았다. 나카하라도 나름대로의 자세를 잡았다. 아까의 싸움은 화가 나서 된 싸움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싸우려니 무슨 자세를 잡아야 할지 몰라서 홍콩 영화에서 보았던 자세를 취했다. 약간의 웃음소리라도 들릴 것을 예상했지만, 다들 조용했다.


“시작!”


역시 선빵은 얼굴이지, 라고 생각하며 아쿠타가와에게 달려들어 얼굴로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아쿠타가와는 생각보다 쉽게 피했다. 순식간에 나카하라를 붙잡더니 뻗은 팔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기도 전에 도장의 천장이 보였다. 나무로 이루어진 천장에는 거미줄이나 먼지가 한 톨도 없었다. 게다가 매우 견고해 보여서 비도 새지 않을 것 같았다. 멋진 천장이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뒤통수부터 등, 허리, 엉덩이 다리 등 전신이 도장의 나무바닥에 부딪쳤다. 바닥에 패대기치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지라 무슨 일이 일어 난 것인지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로, 나카하라는 천장만 바라보았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에 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승!”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카하라는 몸을 일으켰다. 그제서야 뒤통수가 얼얼했다. 아쿠타가와는 멀뚱멀뚱 서서 나카하라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디 있어!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얼얼한 뒤통수와 등짝이 아쿠타가와에 의해 패대기쳐졌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02.


이제 라스트 보스, 앞으로 한 4분 정도만 버티면 된다. 웬일인지 점심시간에는 잘 하지 않는 길드원들이 들어왔다. 이 속도라면 분명 금세 끝낸다. 그렇게 핸드폰을 주머니 안에 넣고 핸드폰이 없어 심심해 죽으려고 하는 앙숙을 상대하면 아주 완벽할 것이다.


“너 오늘 안고한테 걸릴 뻔했을 때도….”

“아, 안녕하세요….”


막 매점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는 묘한 감정만을 가져다 주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였다. 고등학생이 되어 도장을 그만둔 뒤로 복도나 학교에서 종종 마주치면 다자이를 향한 것인지 나카하라를 향한 것인지 모를 인사를 했다.

도장을 그만 두니 학교가 아닌 곳에서 만난 적도 거의 없고, 단 둘이서 만날 기회는 더더욱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카하라는 그저 아쿠타가와가 눈에 띄면 자신의 눈으로 아쿠타가와를 쫒기에 바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는 더 숫기가 없어 보였고 조금 더 예민해 보였다. 원래도 비쩍 마랐는데 키도 크게 자란 덕분에 병약해 보이는 이미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지만, 나카하라는 이 학교에서 가장 싸움을 잘 할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자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음지에서 자란 양지식물’ 이라고 하는데 딱 그런 느낌이었다.


“어어, 안녕.”

“오! 아쿠타가와군! 핸드폰 갖고 있는가?”

“핸드폰이요?”


아쿠타가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옷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걸 본 나카하라는 저새끼가, 라고 말하고는 아쿠타가와에게로 뻗으려는 손을 잡아냈다. 그리고는 3분만 기다려, 하고는 핸드폰으로 시선을 두었다.

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후배는 다자이에게 핸드폰을 빌려주는데 서스럼이 없다. 간이고 쓸게고 빼어줄 것 같이 졸졸 따라다니니까 괜히 걱정이 되었다. 저번에는 쓸데없는 이미지를 잔뜩 받아놓질 않나, 자신의 핸드폰으로 오다 선생님께 수업을 튄다는 예보전화를 하질 않나. 이상한 앱을 깔거나 하는 둥의 일들을 겪는 것은 자신 하나로도 충분했다.

그런 것 까지 다자이에게 휘둘리면 저 가여운 아쿠타가와가 더 불쌍하지 않은가. 물론 당하는 자신도 불쌍하지만, 순진한 아쿠타가와가 당하는 것 보다야 낫다고 생각했다.


“오! 역시 츄야. 자네만 믿고 있었다네.”


쳇, 하고 결국은 혀끝을 차고 빠르게 게임을 끝내는 대에 전력을 다했다. 다자이는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나카하라를 보고 있었고 아쿠타가와는 빤히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할 말을 고르는 중인 것 같았다.


“제가 빌려 드렸어도 괜찮았는데….”

“무슨 일을 당할 줄 알고 그런 걸 막 빌려줘? 쟤 너무 믿지 마라.”

“츄야, 내가 옥장판이라도 파는 줄 알겠네.”

“네가 옥장판만 팔겠냐? 너는 후배한테 공기도 팔 놈이잖아.”


말을 계속 하면서도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아쿠타가와는 여전히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려는 것을 다자이가 계속 붙잡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쿠타가와에게 계속 말을 걸고 있었으니까.

나카하라는 게임을 서둘러 마치고 게임을 껐다. 자, 하고 핸드폰을 넘겨주자 활짝 웃으며 고맙네, 하고는 빠르게 전화번호를 눌렀다. 몇 번의 통화음이 가고 나서 다자이는 밝은 목소리로 ‘오다사쿠!’ 하며 자신의 용건을 이야기 했다.


“저새끼가 정신 나가 있을 때 얼른 가 봐.”

“아… 네. 다음에 또 봬요. 나카하라 선배.”


당황한 표정으로 꾸벅 인사를 하고는 머뭇거리며 나카하라를 보다가 가려던 곳으로 향했다. 계단쪽으로 가는 걸 보니 자신의 반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의 그 큰 키가 조그맣게 보일 때 까지 바라보다가 계단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다자이에게로 눈을 돌렸다.

다음에 또 봬요, 나카하라 선배. 아쿠타가와의 목소리가 귓가에 감미롭고 부드럽게 울리는 기분이었다. 또 보자는 인사는 별로 한 적이 없다. 아마 점심시간이기에 오후에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한 것이겠지. 저 사려 깊은 인사에 작은 감동이 피어올랐다. 중학생때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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