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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아쿠] 사내연애의 단점 본문

문호 스트레이독스

[츄아쿠] 사내연애의 단점

Fong 2018. 1. 7. 23:01

엄청늦은 아쿠른 전력 60


나는 언젠가 네가 나를 버릴 것임을 안다.

나는 언젠가 내가 너를 버릴 것임을 안다.


이이제, Beastie boy






그들의 행위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항상이라기 보단, 그렇게 해왔었다. 처음 나카하라 츄야가 술을 사주겠다고 했을 때 부터 시작되었다. 아쿠타가와는 좋아하지도 않는 술을 이럴 때만 찾았다. 그 흔한 한잔 하실래요? 라는 말을 하지 못해서 항상 문자로만 이야기 했다.

게다가 꼭 같은 시간에 연락을 했다. 오후 3시 31분, 회의나 안건사항 혹은 내부의 결제마감이 끝난 시간에 연락했다. 그 때부터 본격적인 오후일정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사내연애의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 오늘 시간 괜찮으시면 저녁 식사를 함께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같은 문장이었다. 처음에는 저 존칭에 익숙하지 않아 몸둘바를 몰랐으나 그저 그 입에 붙어버린 것이라 고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그냥 두기로 했다. 아쿠타가와에게서 극존칭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참 공손한 질문이었다. 만약 문자가 아니라 쪽지나 편지로 전하는 시대였더라면 정갈하고 얇은 필체로 도착했을 것이다.

보통의 연애라면 밀고 당기는 것이 있어야 했으나 아쿠타가와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았다. 통하는데 내색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속여본 적이 있으나 언제나 화가 나는 것은 나카하라 자신이었음으로 그 생각을 그만두기로 한지 한달이 넘었다.


- 그래. 보던 곳에서 보자.


나카하라도 아쿠타가와를 닮아가기 시작했다. 저번에 보낸 문자도 똑같은 대답을 썼다. 아차 싶었지만 이미 보내버린 후였다. 이런 것에 얼마나 신경을 쓸까. 신경 쓸 인물이라면 이미 밀고 당기는 것은 끝났어야 했다.

사내연애는 조금 잔혹하다. 이야기만 해도 소문이 불거지고 손만 잡아도 결혼한다 생각하며 식사만 같이해도 결혼식은 언제인지 물어온다. 남자와 여자와의 관계라면 그랬겠지만, 두 사람 다 남자이기에 그런 소문은 피하기 쉬웠다.

웬만한 구설수는 피할 수 있었다. 평소에도 부하 직원들을 잘 챙기는 성격 탓에 아쿠타가와를 챙기는 것은 그렇게 소문날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쿠타가와의 전 상사이자 나카하라의 전 동기와의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독 아쿠타가와만 챙겨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저녁을 같이 먹는 것도 그것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터라 이상한 소문조차 퍼지지 않았다.

널리널리 퍼져서 아예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 매듭을 지어버리면 편할 텐데, 나카하라는 이 아무것도 결정나지 않는 상황이 무서웠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끌고 나가다가는 결국 자신이 먼저 아쿠타가와를 놓아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명확히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라고 연락이 되는 구 동기께서 남 이야기라고 제멋대로 지껄였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오늘 정리할게 뭐라고 했지?”


대각선 방향에 앉은 부하에게 나카하라가 물었다. 보던 곳에서 보던 시간에 보려면 빨리 끝내놓아야 했다. 사실 빨리 할 필요는 없지만, 빨리 끝내고 보고 싶었다. 식물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것처럼 도착하지 않은 빈 자리가 채워지기를 기다리는 것이 기쁨이었다.





답신을 받은 아쿠타가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또 한 번 유예를 해버렸다. 그와의 첫 행위는 충동적인 것이었다. 충동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충동이 아닌 선택도 썩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선택하는 과정이 나빴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사실 그 사람과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런 연락도, 말도 없이 떠나버렸다는 것이 충격적이었을 뿐이었다. 아쿠타가와에게는 아무런 일이었는데 주변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변모하는 것이 두려웠다. 마치 예견되어 있었던 것처럼 위에서는 조목조목 지시했고 말단인 자신들은 그것에 따르기만 하면 되었다. 개라는 것이 자신의 신분이며 위치였고 스스로도 그렇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사람은 원래도 친절하다거나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자비하거나 무심하다는 쪽이 더 어울렸다. 그 사람과 나카하라의 공통점은 철저하다는 것 뿐이었다. 그 사람은 철저하게 무자비했고, 나카하라는 철저하게 친절했다. 그 친절이 오히려 아쿠타가와의 목을 죄어오는 기분이었다.

아쿠타가와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가 자신을 버릴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그를 버릴 것이다. 그 친절에 목을 기대고, 마음을 기대었다가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면 그는 사라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관계가 아니었을 때에도 아쿠타가와에게 있어서 나카하라는 나뭇잎처럼 가지에 매달려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떨어져 나가는 낙엽으로 변하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권리와 선택이 주어진다.

서로가 원할 때 불러서 적당히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몸을 맞대는 사이에 무슨 진득한 정이 있고 무슨 감정들이 있겠는가. 촛불처럼 한번 태우면 끝나버릴 육체의 욕망이 타올랐다가 사그라드는 것을 공유하는 사이일 뿐이다. 누군가에겐 사랑의 표현이면서 자신들에게는 한 때의 쾌락일 뿐인 행위였다.

보통 이런 관계를 같은 회사의 사람과 맺기는 힘들다. 맞은편에서 오는 나카하라를 보고 가볍게 목례하자, 나카하라 역시도 고개를 끄덕였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처럼 넘기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이 아쿠타가와는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가끔 복도에서 만날 때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표정을 짓다가도 밤에 만나게 되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점이 조금 싫었다. 만약 같은 회사가 아닌 다른 관계에서 만났더라면 그 입에서 나올 말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그날 머릿속에 떠다닌다.


“아쿠타가와 선배, 호출입니다.”


부하 직원의 말에 알겠다는 대답을 하고는 다시 나카하라가 갔던 길을 따라가야 했다. 나카하라도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도 보스 호출?”

“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를 때는 짧고 간결하게 하는 것이 지혜라고 생각했지만, 나카하라의 말에 대답할 때는 그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했다.


“웬일로 이렇게 부르실까. 별일 아니면 좋겠는데.”


우리 만나기로 했잖아, 라는 감정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걸까? 아쿠타가와는 대답을 망설였다. 여기서는 침묵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침묵해버리면 그가 먼저 자신을 놓을 것 같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직은 더 몸을 기대어 숨 쉴 곳이 필요했다.


“저희 두 사람만 부르신 일은 없었으니 아마 전체 소집인 것 같습니다.”


보스의 방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선 사람들을 보며 아쿠타가와가 대답했다. 두 사람만의 일로 늦게까지 남게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나카하라는 혼자 식사를 하는 일이 적었기에 같이 식사를 하면서 약속했던 일을 하기 위해 갈 수 있지 않던가.


“그러게.”


그 목소리의 울림이 어찌나 달콤하던지, 언젠가는 놓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에는 너무나 힘들었다.






각자의 일을 마치고 두 사람은 서둘러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저쪽 어딘가의 뒷골목에 있는, 무인 호텔의 맞은편의 작은 이자카야였다. 나카하라나 아쿠타가와를 알아보는 사람도 적고 그 주인도 두 사람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의 관계를 가장 잘 아는 것은 이자카야의 주인일지도 모른다. 그곳에서 적은 식사와 술을 마시고는 나카하라가 값을 치렀다.


“우리가 이러고 다녀도, 아무도 모른다는 게 신기하지 않냐?”


일부러 취한 척 혀를 굴리며 입을 열자 붉어진 아쿠타가와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조용했지만 술이 들어가면 더 조용해졌다. 게다가 순종적이기까지 했다. 직진을 하라고 했더니 벽에 머리를 박으면서도 전진을 한다거나 하는 모습에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가 술에 취하면 일부러 팔이나 손을 잡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호텔로 들어가자마자 항상 묵던 방을 선택하고 결제했다. 아쿠타가와가 나카하라를 보았다. 가장 크고 가장 편한방이 좋다고 했던 버릇처럼 항상 같은 것을 골랐다. 이미 두 사람이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것도 두 사람이 속한 곳에서는 당연한 것이 되었다. 아쿠타가와는 이 당연시 여겨지는 점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저는 그런 점이 별로...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분명 말 마치려고 했던 거 같은데, 아닌가? 나카하라는 아쿠타가와가 술에 취해있는 상태라는 것을 알았기에 판단하기 힘들었다. 방문을 열자 언제나 반기는 싸구려 방향제 냄새가 났다. 가끔 아쿠타가와에게서 이 냄새가 나는데, 나카하라는 그럴 때 마다 미칠 듯이 좋았다. 그래서 현관에 들어오자마자 아쿠타가와에게로 손을 뻗었다.

이 사내연에에는 너무 불편한 점이 많았다. 특별하게 봐줘서 좀 손가락질도 해 주고, 선택이라도 강요하게 해 주면 참 깔끔하게 매듭을 지어서 확실하게 나올 수 있을 텐데. 용기라도 낼텐데, 입이라도 더 열어볼 텐데. 이 약점이 달콤하면서도 고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내연애의 단점이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지게 할 수 있는 정점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아서,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연애인가 아닌가 모르겠지만 몸은 맞는 츄아쿠입니다...


몸 맞는 장면이 생략되었다구요?? 원래 좋은 것은 생각할 수록 실체보다 더 달콤한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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