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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보쿠] 손끝이 닿았다 上

Fong 2016. 4. 24. 23:18

논커플입니다. 아카아시와 보쿠토의 이야기 입니다.



↑ 이거 보고싶어서 쓰기 시작한건데 아직... 아직 시작도 안했다...


강박장애 증상에 대한 묘사가 있습니다.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열람하지 말아주세요.






01. 


보쿠토 코타로가 아카아시 케이지를 처음 본 것은 유치원때의 일이었다. 풋사랑 이었던 코토리반의 선생님이 반이 바뀌고 나서 계속 다른 아이의 손을 잡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것이 부러워서 계속 노려봤었다. 코토리반 선생님이 손도 잡아주었는데 행복해 하는 표정은커녕 쑥쓰러운 표정조차 짓지 않아서 괘씸하게 생각했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그 아이가 혼자서 꼼지락 거리며 손가락을 만질 때면 항상 선생님들이 발견해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코토리반 선생님이 아니더라도 모든 선생님들이 손을 잡아줬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손가락에는 밴드가 감겨져 있었다. 밴드가 감기지 않은 예쁘고 깨끗한 손은 거의 보지 못했다.

딱 한번 유치원에서 단 둘이 있게 된 적이 있었다. 마중올 어머니를 기다리는 중에 아카아시는 혼자서 놀이터에 서 있었다. 가방은 미끄럼틀 쪽에 있었고 원복과 유치원 모자를 쓴 상태였다. 보쿠토와 마찬가지로 부모님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놀이터의 한 가운데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손끝을 매만지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손톱과 살이 맞닿는 부분을 만지작거리며 그 무딘 손톱으로 무언가를 뜯어내고 있었다.

보쿠토가 빤히 바라보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집중해서 손 끝에 일어난 것들을 뜯어내다가 결국 피가 났다. 많은 양의 피는 아니었지만, 피가 나는 것을 본 아카아시는 어딘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피가 난 부분을 만지다가 그 무딘 손톱을 새워서 더 잡아 뜯으려 하고 있었다.


“피! 피나!”


보쿠토의 말에 손 끝에 열중하던 아카아시가 깜짝 놀라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과는 다른 당황한 얼굴이었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아카아시가 발을 헛디뎌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자신의 목소리에 놀란 아카아시에게 다가간 보쿠토가 손을 뻗었다. 괜찮아? 아카아시가 자신에게로 뻗은 손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피가 나지 않는 손으로 보쿠토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자신의 손 끝과 보쿠토의 얼굴을 번갈아 보던 아카아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였다. 꼼지락 거리는 손을 보쿠토가 힘을 주어 잡아주자 움츠리려고 했던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손에 자신도 힘을 넣어 잡았다.

어머니가 마중오고 유치원 선생님이 두 사람을 발견하고 다가와서야 보쿠토는 손을 놓아 주었다. 먼저 온 선생님이 아카아시의 손을 보고 앞치마에서 물티슈를 꺼내 닦아 주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을 불렀다. 보쿠토의 담임선생님이 유치원의 왼쪽에서 오고 있었다.


“케이지. 코타로 형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했니?”


부드럽게 웃으며 손을 닦아준 선생님의 말에 아카아시는 아, 하고 놀라서 보쿠토를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이 마주치고 나서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선생님이 아카아시의 손가락에 부엉이 모양의 캐릭터가 그려진 밴드를 붙여주고 나서야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보며 허리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유치원생에게서 볼 수 없는 정중한 인사에 보쿠토는 대답을 얼버무렸다. 아버지의 직업 특성상 찾아오는 어른들에게는 반드시 정중하게 인사하라는 잔소리를 듣기만 했던지라 실제로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또래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신발을 신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나갈 때 선생님은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지만, 아카아시는 빤히 보쿠토가 나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내일 보자!”


눈이 마주친 순간 보쿠토가 먼저 인사했다. 아카아시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유치원을 빠져나갔다 익숙하지 않은 아카아시를 본 어머니께 보쿠토는 언제나 누나들이 자신에게 해주던 행동을 했다며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말하자, 착한 형이 되겠네 라며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누나들을 둔 막내였기 때문에 처음으로 형이라는 위치로 칭찬을 받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02.


정식적으로 아카아시 케이지를 알게 된 것은 11살이 되었을 때였다. 보쿠토는 자신의 가정이 부유한 편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그 때는 아직 대기업 오너 일가라는 것까지는 자각하지 못한 시절이었다. 몸에 딱 맞는 양목을 입고 둘째 누나가 리본이 좋을까 넥타이가 좋을까 삼십분을 고민했던 날이었다.


“코타로, 잠깐 이리 와보렴.”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셋째 누나에게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을 때 아버지의 부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때를 썼다고 혼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으로 아버지의 옆에 섰다.

맞은편에는 검은 머리카락의 차분해 보이는 소년이 서 있었다. 보쿠토와 마찬가지로 양복을 입고 푸른색에 은색의 체크무늬가 있는 넥타이였다. 손가락을 잔뜩 오무라고 차렷 자세를 하고 있었다. 바짝 긴장한 얼굴이 어린 보쿠토의 눈에도 보였다.


“아카아시 케이지 군이야. 코타로, 네가 한 살 더 많으니 잘 챙겨줘야 한다?”

“네! 아ㅃ… 아버지!”


다른 어른들이 있을 때는 아빠가 아닌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 말했다. 보쿠토는 달성감에 아버지를 보고 활짝 웃었고 아버지는 보쿠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둘이 가서 놀으렴, 아카아시의 아버지가 아카아시의 등을 살짝 밀었다. 세 걸음 앞으로 나온 아카아시가 쭈뼛거리는 것을 알면서도 보쿠토는 아카아시의 손을 잡았다. 저기서 놀자, 라며 끌고 갔다.

어른들만 모이는 장소였기에 아이들은 적었다. 보쿠토의 누나들과 자신 그리고 아카아시 케이지가 유일했다. 누나들은 서로 뭉쳐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보쿠토는 쉽게 아카아시의 손을 잡고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갈 수 있었다.

무슨말을 할지 고르다가, 어린 보쿠토는 어른들이 의례 자신에게 묻는 말들을 생각해냈다. 말없이 따라와서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검은색 눈동자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맞잡은 손은 조금 차가웠다. 하지만 보드랍고 얇았다.


“초등학교 어디야?”

“후쿠로다니요.”

“나도야! 4학년 B반. 너는?”

“3학년 A반이요.”


과묵하고 수줍어 보이는 얼굴과는 달리 보쿠토의 질문에 대답했다. 마치 누르는 대로 나오는 자판기 같다는 생각을 하며 웃었다. 해맑게 웃는 보쿠토와 눈이 마주친 아카아시는 수줍게 웃었다. 동생으로 보이기보단, 조금 수줍어하는 상급생 같은 얼굴이었다.


“부활동은 뭐 하고 있어?”

“…안 해요.”


조금 뜸을 들였다가 대답했다. 보쿠토는 왜에? 라며 물었다. 후쿠로다니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부활동을 했다. 사실 말이 부활동이지, 방과 후에 받는 고액의 그룹과외나 마찬가지였다.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선택하게 하는 것이었기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은 없었다. 유일하게 참여하지 않는 아카카시가 특이한 케이스다.

보쿠토를 바라보던 아카아시가 시선을 피했다. 꼼지락 거리며 손끝을 매만졌다. 가지런하게 정리된 손톱으로 일부러 삐죽 튀어나온 굳은살이나 여린 피부를 찾았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피하는 방법을 몰랐다. 게다가 해맑게 웃으면서 그 어떤 불순한 감정도 묻어나오지 않는 얼굴에 대고 대놓고 무시해선 안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아카아시는 작은 머리로 대답을 골랐다.


“피아노… 더는 하고 싶지 않아서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학교에 피아노부로 소속이 되어 있다. 다만 아카아시는 수업이 끝난 후, 어머니가 고용한 사람의 손에 이끌려 자신이 손가락에 생겨나는 여린 피부를 뜯지 않도록 치료해 주는 곳을 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피아노는 혼자서 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아카아시가 혼자서 피아노를 친 적은 매우 드물었다. 하고 싶어서 배우는 악기도 아니었다.


“그럼 나랑 같이 배구 안할래?”


엄청 재미있어, 행복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운동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온 몸으로 즐겁다는 것을 표현하는 보쿠토의 행동을 보면서 재미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주절주절 배구부에서 있던 이야기를 말한다. 아카아시는 전혀 알지 못하는 단어들과 사람들의 이름이 튀어나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듣지 못해도 즐거웠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신의 옆자리에 앉은 어머니를 보며 아카아시가 입을 열었다. 저도 배구가 하고 싶어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운동을 들은 어머니는 이상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조수석에 앉은 아버지가 ‘코타로 군이 배구부였지’ 라고 거들었다. 말없이 아카아시를 내려다 보는 어머니의 시선에 아카아시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엄지로 손톱의 시작되는 부분의 살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아카아시의 작은 손을 잡아주었다.

아카아시 케이지는 2학기부터 보쿠토 코타로와 같은 배구부에 들어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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