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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보쿠]손끝이 닿았다 中

Fong 2016. 5. 2. 21:32

※ 아카아시와 보쿠토의 가족 설정에 관한 동인설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03.


“아카아시 군은 자세가 참 좋네.”


네트의 반대편에서 오는 공을 깔끔하게 리시브 하는 모습을 보며 감독이 감탄했다. 리시브뿐만이 아니라 서브를 넣을 때도 가르쳐준 그대로 따라했다. 고학년 감독도 아카아시의 자세를 보면서 기초가 탄탄한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칭찬해주었다. 교과서 같은 자세라는 평을 들었다.

교과서, 표준, 모범. 이러한 단어들은 아카아시를 가장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자주 듣는 단어이기도 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러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냉철해 보이고 과묵해 보이는 얼굴을 하고서는 묻는 말에는 꼬박꼬박 대답했고 제안을 하면 쉽게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보다 저학년 배구부의 주장인 보쿠토가 데리고 다니면서 챙기는 통에 눈에 띄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과 섞이는 부활동을 하는 덕분에 손톱 근처의 여린 살을 뜯는 빈도도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열 살짜리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버거웠던 탓에 손끝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부활동이 끝나고 가는 치료사도 많이 나아졌다며 연말에는 치료를 끝내도 좋다는 소견을 들었다.


“아카아시, 포지션은 어디로 결정했어?”


분명 사흘 전에 작성하라고 했던 포지션 조사표를 든 보쿠토는 쉬는 시간에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조사표를 받은 당일에는 생각해올게요, 라고 말하고 바로 치료를 받으러 갔고 어제는 연습을 쉬는 날이었다. 오늘까지 재출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아직 못 정했어요.”

“그럼 아카아시는 세터해!”


아직 아무 이름도 적혀있지 않은 공간에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이름을 써내려갔다. 赤葦京治. 라고 조금 깔끔하지 못한 글씨였다. 아카아시가 저렇게 자신의 이름을 썼더라면 어머니께 손등을 맞았을 것이다.


“저 세터 해본 적 없는데요.”

“응 괜찮아! 나도 없으니까.”

“보쿠토 선배는 스파이커잖아요.”


만족스럽게 포지션을 맞춘 보쿠토가 자신이 작성한 종이를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무엇이 그리 만족스러운지 모르겠지만, 보쿠토의 그런 웃음은 아카아시도 덩달아서 웃게 만들었다. 아카아시의 질문 아닌 질문을 해주기 위해 보쿠토가 아카아시를 빤히 보면서 입을 열었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굴릴 때 하는 행동이었다.


“아카아시는 공 맞으면 금방 쓰러질 것 같고... 블로킹도 그렇고, 힘도 그렇게 강하지 않잖아?”


확실히 자신은 강한 편은 아니었다. 집에서도 체육보다는 피아노나 서예를 가르쳤었다. 아카아시는 외동아들이었기에 자신을 돌보아 주던 보모와 공 던지기를 하는 것 외에 특별한 야외활동은 하지 않았다. 굳이 좋아하는 야외활동을 꼽으라고 하면 산책이 전부다.

보쿠토는 아무렇지도 않게 아카아시를 배구부로 데려왔지만, 배구부에 들어간 아카아시에게 요구되는 것은 체력이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것은 잘 했지만, 장시간 몸을 움직이는 것은 힘들었다. 아카아시는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잘 하는지를 아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그 작은 나이에도 자신은 배구를 오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터는 괜찮은 거에요?”

“세터는 토스를 잘 올리면 되니까. 그리고 아카아시는 머리 좋으니까 어울린다고 생각해.”


중간에서 공을 올려주는 작전지휘의 중심이자 참모와도 다름없는 포지션을 자신이 맡아도 되는 것인가. 배구에 관해서 아직 모르는 것이 많지만, 자신보다 더 먼저 배구를 한 보쿠토의 소견이라면 신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카아시가 세터가 되면 나한테 매일 토스 올려줄거지?”

“토스라면 지금도....”


레귤러 멤버에 세터인 학생이 있다. 보쿠토마냥 호쾌하고 죽이 잘 맞는 사람이다. 비슷한 성향인지라 한번 부딪치면 큰 싸움으로 번질 때가 많았다. 그래도 제법 사이가 좋다. 세터가 있음에도 자신을 세터로 지목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아카아시가 올려주는 토스를 치고 싶어.”


눈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웃는 보쿠토의 그 말이 프러포즈를 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04.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보쿠토와 아카아시는 저녁식사를 가졌다. 정확하게는 부모님들의 어른의 사정으로 인한 식사를 가졌다. 보쿠토가 매번 따라가고 싶다고 칭얼거리는 탓에 모든 식사 자리에 따라갔다. 처음 부모님을 졸라서 갔을 때 아카아시는 오지 않아서 침통한 얼굴을 풀지 않았다. 다음 날 학교에 가서 왜 따라오지 않았냐면서 자신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것이냐며 울먹이는 통에 아카아시는 영문도 모르고 사과해야만 했다.


“케이지 군, 저학년 팀의 레귤러가 되었다면서요?”


보쿠토의 어머니가 웃으며 아카아시의 어머니에게 말하자,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눈을 깜박이다가 웃으면서 네, 라고 대답했다. 금시초문이었다. 자신의 옆에 앉은 아카아시가 안절부절못한 표정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가 눈앞에 놓인 토마토 파스타를 천천히 포크로 끌어 모았다.

포크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고 엄지손가락 위를 손가락 끝의 가장 말랑한 살로 문질렀다. 맨질맨질한 촉감이 야속했다. 손가락을 만지는 아카이시의 모습을 본 그의 어머니는 케이지, 하고 이름을 불렀다. 조용히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무서웠다. 또 손가락을 만지는 거리는 것과 학교에 있었던 일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아 혼날 것만 같았다.


“내일부터 아카아시... 아니, 케이지가 토스 올려주기로 했어요!”

“어라? 그 전부터 올려준 거 아니었니?”

“오늘 레귤러가 된 거니까. 내일부터 올려주는 거 맞지? 아카... 케이지!”


네에, 라고 작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표가 난 것은 저번 주 금요일인지라, 이번주에는 포지션에 대한 이론적인 교육과 개인 연습을 오늘까지 했다. 팀으로써의 경기는 내일부터 하게 되었다. 아카아시는 저번 주말 내내 부모님을 보지 못했다. 아침 식사 때는 부모님끼리 야이기를 하느라 이야기를 하지 못했고 집에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안계셨다.

일부러 말 하려 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하지만 아카아시는 끝내 볼맨소리를 하지 못했다.


“최근 선거 준비로 바빠서 잘 살펴주지 못했어서... 코타로군 덕분에 아카아시가 학교생활을 잘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아카이시의 어머니가 보쿠토를 보며 웃었다. 보쿠토가 있는 한, 보쿠토의 부모님과 자신의 부모님이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그 시기만 배구를 허락해 주는 것 같아서 아카아시는 조금 무서웠다.





05.

도립 유소년 배구 저학년 경기에 참여한 후쿠로다니는 결승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대회 시작부터 결승전인 오늘까지 전부 아카아시가 공을 올렸다. 그 날 처음으로 아카아시는 부모님이 보는 앞에서 배구를 했어야 했다. VIP석이라고 불리는, 아카아시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극도의 긴장을 하면 손이 떨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을 해소 하는 방법을 가장 잘 알고 있었지만, 아카아시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어머니의 눈을 피할 수 없어 얼어붙은 것처럼 앉아 있었다.


“아카아시! 긴장 했어?”


팡팡, 잔뜩 굳어서 앉아있는 아카아시의 등을 두어번 두드린 보쿠토가 즐거운 구경거리라도 되는 것 마냥 웃었다. 웅성거림으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보쿠토의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려왔다. 크게 심호흡을 한 보쿠토가 입을 열었다.


“사실 나도 긴장해서 배가 아파.”

“네?! 그, 그럼 어서....”

“그래서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려고.”


씨익 웃어보이는 보쿠토의 표정을 본 아카아시도 그제야 숨통이 트이는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자신도 모르게 왼손 끝으로 가는 오른손을 보쿠토가 덥썩 잡아서는 자신의 눈앞까지 들어올렸다. 천천히 아카아시의 손끝을 보면서 말을 이었다.


“일단 오늘 저녁은 고기 먹을 거야.”


저번 달에 너희 가족이랑 먹었던 햄버그 먹고 싶다. 보쿠토의 말에 아카아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어린이용으로 나온 햄버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샐러드가 마음에 들었었다. 보쿠토의 손이 아카아시의 손톱을 하나하나 어루만졌다. 마치 그릇을 살 때 그릇의 끝에 갈라진 부분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아카아시는?”

“저도 그거 먹고 싶어요.”


모든 손가락을 확인한 보쿠토가 아카아시의 두 손을 아카아시의 무릎 위에 올려 두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카아시의 뒤편에서 자신들을 부르려고 오는 감독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끝나면 콜라 마시자.”


아카아시가 대답도 하기 전에 집합을 알리는 부름에 아카아시가 보쿠토의 뒤를 따랐다. 숨이 막혀서 숨조차 쉬지 못할 것 같았던 긴장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부모님의 시선이 계속 자신을 따라오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자신이 속한 팀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불편하거나 긴장되지 않았다.

큰 소리로 후쿠로다니의 승리를 위한 다짐을 외친 후에 마주한 보쿠토는 웃고 있었다. 아카아시도 덩달아 웃었다. 보쿠토처럼 눈과 입, 얼굴근육을 모두 이용해 웃은 해맑은 웃음은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같았다.

그 해의 유소년 배구대회 저학년부의 우승은 후쿠로다니였다. 시합이 끝난 후, 체육복을 갈아입지도 않고 자판이기에서 콜라를 마시고 저녁은 아카아시의 가족과 보쿠토의 가족이 저번 달에 갔던 음식점으로 가서 햄버그를 시켰다. 보쿠토의 기억속의 아카아시는 그 날 가장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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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상하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뭘 어쩌다가 상중하로 나오는건지 모르겠네요.

쓰다보니까 길어지네요..

사실 넘버로 바꿨다가 거기까지 늘리는건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쓰고나니까 커플링 성향 있는듯 없는듯 한데 브로멘스 같은 느낌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아카아시랑 보쿠토는 따로 부르는 조합이 없는듯한...

세죠의 아웅콤비 같은 느낌이라던가.. 후쿠로다니 주장부주장 조합 이렇게 부를수도 없는 노릇이고...


연인과 친구 사이는 혀를 넣느냐 넣지 않느냐의 차이니까요.

아직 안 넣었으니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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